3부: 거장들의 리노컷 – 피카소와 마티스, 그리고 그 후예들
3.1.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하나의 판으로 빚어낸 색채의 혁명
20세기 미술의 거인 파블로 피카소는 회화, 조각, 도예 등 손대는 모든 매체에 혁신을 가져왔으며, 리노컷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1950년대 남프랑스의 발로리스(Vallauris)에서 판화가 이달고 아르네라(Hidalgo Arneˊra)와 협업하며 리노컷에 몰두하기 시작한 피카소는 곧 이 매체의 한계에 부딪혔다. 그는 다색 판화를 제작하고 싶었지만, 여러 개의 판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방식은 각 판의 이미지를 정확히 겹쳐 찍는 ‘레지스트레이션(registration)’ 과정이 너무나 까다로웠다. 루카스 크라나흐의 작품을 재해석한 그의 초기 다색 리노컷은 여러 개의 판을 정밀하게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 기술적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 피카소는 1959년경, 판화 역사에 길이 남을 혁신적인 기법을 완성한다. 바로 ‘소멸법’, 또는 ‘단일판 다색 기법(reduction method)’이다. 이 기법은 여러 개의 판 대신 단 하나의 리놀륨 판만을 사용한다. 먼저 가장 밝은 색으로 찍힐 부분(혹은 종이의 흰색으로 남을 부분)을 제외한 전체를 첫 번째 색으로 인쇄한다. 그 다음, 동일한 판에서 첫 번째 색으로 남기고 싶은 부분을 추가로 파낸 뒤, 두 번째 색을 기존의 인쇄물 위에 겹쳐 찍는다. 이 과정을 원하는 색의 수만큼 반복하는 것이다. 판을 계속해서 파내며 진행하기 때문에 이전 단계로 돌아갈 수 없어 ‘자살 판화(suicide print)’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 기법의 발명은 혁명적이었다. 완벽한 레지스트레이션이 보장되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색이 겹치면서 만들어내는 풍부하고 회화적인 질감은 기존의 리노컷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차원의 표현을 가능하게 했다. 피카소는 이 기법을 통해 투우, 정물, 그리고 그의 연인 자클린 로크의 초상 등 다양한 주제를 탐구하며 리노컷을 단순한 그래픽 매체를 넘어 회화에 버금가는 표현력을 지닌 예술 형식으로 격상시켰다.
3.2.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선의 정수를 담다
피카소가 리노컷의 기술적, 회화적 복잡성을 탐구했다면, 그의 라이벌이자 친구였던 앙리 마티스는 이 매체를 통해 자신의 예술적 신념인 ‘선의 정수’를 탐구했다. 야수파(Fauvism)의 리더로서 강렬한 색채와 함께 표현적인 윤곽선을 중시했던 마티스에게, 리노컷은 형태를 가장 본질적인 요소로 환원시키는 완벽한 도구였다.
마티스의 리노컷 작품, 특히 여인의 누드를 다룬 작품들을 보면, 그는 최소한의 선으로 대상의 형태와 역동성, 우아함을 포착해낸다. 장식적인 세부 묘사나 명암 표현은 과감히 생략되고, 오직 힘 있고 유려한 흰 선이 검은 배경 위에서 춤을 춘다. 이는 조각칼로 파내는 행위, 즉 ‘제거’를 통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리노컷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그는 파내는 행위를 통해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대상의 가장 순수한 본질만을 남겼다.
알렉시나 ‘티니’ 뒤샹의 초상인 <티니(Teeny, 1938)>와 같은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그의 리노컷은 단순함 속에 깃든 대담함과 섬세한 감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처럼 마티스는 리노컷을 통해 색채의 마술사일 뿐만 아니라, 선의 본질을 꿰뚫어 본 위대한 데생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피카소가 리노컷의 가능성을 ‘확장’했다면, 마티스는 그 본질을 ‘심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3.3. 현대 리노컷 작가들: 전통의 재해석
피카소와 마티스가 열어젖힌 현대 리노컷의 지평은 오늘날 전 세계의 수많은 작가에 의해 더욱 다채롭게 확장되고 있다. 현대 리노컷 작가들은 과거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각자의 독창적인 시각 언어를 통해 매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한다.
- 서사와 민속: 스코틀랜드 출신의 캣 플린트(Kat Flint)는 자국의 민담과 고대 유물에서 영감을 받은 기발하고 서사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 자연과 풍경: 영국의 미셸 휴즈(Michelle Hughes)는 서정적인 영국 시골 풍경을, 미국의 브리 톰슨(Brie Thompson)은 태평양 북서부의 웅장한 자연을 판화에 담아낸다. 로라 보스웰( Laura Boswell)은 기술적으로 복잡하고 시각적으로 섬세한 풍경화를 통해 판화의 감수성을 보여준다.
- 대중문화와 현대적 주제: 브라이언 리디(Brian Reedy)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대중문화 아이콘을 전통적인 일본 목판화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독특한 작업을 한다.
- 사회적 메시지: 멕시코의 세르히오 산체스 산타마리아(Sergio Saˊnchez Santamarıˊa)는 자국의 전통적인 도상에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과 정치적 메시지를 결합한다.
- 정교한 디테일과 패턴: 캐나다의 메리 앤 몰칸(Mary Anne Molcan)은 생명의 에너지와 질서의 리듬을 복잡하고 정교한 선으로 표현하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현대의 리노컷은 하나의 스타일에 머무르지 않고, 작가의 관심사와 주제에 따라 무한히 변주되고 있다. 이는 리노컷이 과거의 유산일 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살아있는 예술 매체임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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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표고버섯 주름 |
말린 스타 아니스 |
가루 묻은 계피 스틱 |
밀 이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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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묻은 돼지감자 |
나오는 뿌리 |
빈 바나나 껍질 |
떨어지는 벚꽃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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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벚꽃잎 |
떨어지는 금어초 꽃잎 |
떨어지는 튤립 꽃잎 |
이슬 맺힌 고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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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Cross Section Texture |
무화과 잎 |
꿀방울 떨어지는 무화과 |
꿀방울 맺힌 무화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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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뜬 치자꽃 |
꽃 핀 바질 |
꽃 핀 고수 |
꽃 핀 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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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핀 민트 |
꽃 핀 오레가노 |
꽃 핀 로즈마리 |
꽃 핀 세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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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핀 타임 |
Forget Me Not Sprig |
신선한 오레가노 가지 |
서리 낀 고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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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낀 청포도 |
서리 낀 팬지 |
냉동 복숭아 조각 |
부사와 슬라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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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털 덮인 에델바이스 |
Garlic Head Cross Section |
마늘과 쪽마늘 |
반짝이는 스타프루트 슬라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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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잎맥 |
빛나는 로마네스코 |
빛나는 스타프루트 슬라이스 |
황금 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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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데이션 금어초 |
자몽 슬라이스 |
자몽과 반쪽 |
간 생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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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커피 체리 |
가지에 달린 녹색 올리브 |
밀 빻기 |
구아바와 슬라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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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wi Slice Close up |
키위와 반쪽 |
매듭지은 바닐라 빈 |
마지막 벚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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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f Veins Close Up |
Lemon Cross Section |
레몬 나무 잎 |
레몬과 레몬 껍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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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있는 라일락 |
라임과 슬라이스 |
연꽃과 수련 잎 |
확대된 키위 씨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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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된 후추 열매 |
공작고사리 잎 |
귤과 귤 한 조각 |
엿보는 망고스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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